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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6 YTN 노조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


[YTN 투쟁 100일] 삼성 위력 맞서 승리한 ‘시사In’ 투쟁과 닮은꼴 
미디어스  신학림 기자  mediashin@mediaus.co.kr 



24일로 출근저지 투쟁 99일째

오늘(24일)로 이른바 ‘2MB의 낙하산’으로 불리는 구본홍씨의 YTN 사장 선임 반대 및 출근저지 투쟁이 99일째를 맞았다. 내일이면 100일이 된다.

산업별 단일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약칭 언론노조) YTN 지부 조합원들이 지칠 것 같기도 한데 투쟁의 열기와 강도, 그리고 결속력은 오히려 갈수록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YTN이 신입사원들을 뽑을 때 투사들만 골라서 뽑았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YTN에 노동조합이 생기고 언론노조에 가입해 지부가 된 이래 대결적인 노사관계가 지속돼 온 사업장도 아닌데 말이다. 그 뿐이 아니다. YTN은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사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역사도 짧다.

그래서 기자가 아무리 원인을 따져봐도, YTN 조합원들을 해고와 사법처리라는 초강수에도 조금도 굴하지 않고 더욱 강고하게 투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는 ‘배후세력’은 현 정권과 구본홍씨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동시에 장악한 2MB와 한나라당 정권이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조차 신경쓰지 않고 오직 방송을 장악하는 것이 지상과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YTN 조합원들의 투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무지막지한 2MB 정권이 국민 여론도 아랑곳 않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YTN 조합원들과 그들의 투쟁을 ‘진압’하려 들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최종적인 결론을 예상하기 전에 YTN 조합원들의 투쟁과 유사한 투쟁 사례를 찾아서 비교해 보자.

기자가 보기에, YTN 조합원들에게 현 <시사In> 기자들이 <시사저널>에서 삼성이라는 국내 최대 재벌의 영향력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줄기차게 벌인 것이 참고가 될 듯해 두 투쟁 사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본다.

YTN과 시사In 투쟁의 공통점 8가지

우선 YTN 조합원들과 시사In 기자들의 투쟁의 공통점 8가지다.

첫째, 두 회사의 조합원들이 원래 투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일부 조합원들이 학교 다닐 때 학생운동의 경험이 있을 수도 있으나 언론사에 입사하고 나면 대체로 기성 체제나 기득권과 좀처럼 대척점에 서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둘째, 시사In 기자들이 투쟁하던 시사저널도 그렇지만, YTN 회사와 노동조합의 역사도 상대적으로 짧고, 회사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셋째, IMF 외환위기 즈음, 두 회사 조합원들이 소유구조 변경과 재정 위기 등으로 장기간 임금체불을 비롯한 고난을 겪었다는 점이다.

넷째, 투쟁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있다는 점이다. 조합원들과 지도부 사이에, 혹은 조합원들 사이에 투쟁과 노선의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치열한 토론과 민주적인 결정과정을 통해 방향이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다섯째, 투쟁 지도부에 비해 조합원들이 더 강경하고 조합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와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투쟁 사업장에서 볼 때 지도부가 강경하고 조합원들은 마지 못해 끌려가는 방식으로 싸워 이기는 노동조합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일시적으로 성공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결과는 오래 가지 못하고 뒤집히거나 역풍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위의 두 사업장의 경우처럼 일반 조합원들이 원칙과 강경투쟁의 결의로 가득차 있고 지도부가 이에 따라 유연하게 투쟁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경우는 대부분 승리했다.

▲ 1995년(3기)부터 2000년(6기) 사이에 YTN에 입사한 51명이 9월 30일 오전 11시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여섯째, 회사측의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투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대의명분을 얻고 외부의 자발적인 지원과 후원 세력이 점차 조직화되고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시사In 기자들이 시사저널에서 편집권 독립 투쟁을 벌일 당시 자생적으로 ‘시사저널 기자들을 사랑하는 모임’(약칭 시사모)이 결성돼 투쟁을 적극 뒷받침했고, 나중에는 ‘시사In을 사랑하는 모임’으로 바뀌어 창간 자본금 모집과정에서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도 했다.     

일곱째, 회사측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조합원들의 투쟁의지와 능력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계속 강수와 무리수로 일관하여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투쟁 환경을 계속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다.

여덟째, 조합원들이 편집권과 편성권의 독립이라는 확고한 원칙에 입각하여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장기적으로 투쟁한 결과 회사가 ‘진정한 언론’으로서 인정받고 위상을 확고히 함으로써 판매와 판촉 및 매출 등 회사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YTN과 시사In 투쟁 사례의 차이점 4가지

그렇다면 두 사업장 투쟁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첫째, 시사In은 주간지(신문)이고 YTN은 (케이블)방송이라는 점이다.

둘째, 시사In 조합원들은 결국 경영진과 삼성이라는 재벌권력을 상대로 투쟁한 반면에, YTN 조합원들은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낙하산 사장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이 재벌권력이 아니라 정치권력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 유리하고 불리한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을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싸우기 쉽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셋째, 시사In 기자들은 사주와 경영진과의 긴 투쟁 끝에 시사저널을 포기하고 별도의 독립언론을 직접 설립한 반면에, YTN 조합원들은 회사를 떠나 거액이 들어가는 (케이블)방송을 독자적으로 설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넷째, 시사In 기자들의 투쟁은 상대적으로 국민 전체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측면이 있는 반면에, YTN 조합원들의 투쟁은 10년 만에 정권을 장악한 한나라당과 2MB 정권이 재벌과 족벌신문 세력과 손잡고 방송 전체를 장악하려는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방송 노동자와 언론노동자 전체 대 한나라당과 재벌, 그리고 조중동 족벌권력이 주축이 된 수구반동복합체 사이의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곧 언론자유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 나아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모든 세력과 현 정권의 한판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과 같은 배경에서 살펴볼 때, 싸움의 결말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노조원 100여명이 경찰 조사 1시간 전인 9월 25일 오후 1시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배수의 진을 친 YTN 조합원들 승리할 수밖에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시사저널 기자들은 모든 수단과 투쟁을 다한 끝에 결국 새로운 독립주간지 시사In을 창간할 수 있었던 데 반해, YTN 조합원들은 YTN을 떠나 새로운 (케이블)방송을 설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6명의 해고자를 포함한 YTN 조합원들과 지도부는 퇴로가 없는 배수의 진(背水之陣)을 치고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이론으로 분석하고 전망해도, 싸움은 2MB 정권과 구본홍씨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 YTN 사태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의 성격과 요소를 상당히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치킨게임은 모험을 즐기는 미국의 청소년들이 서로 용기와 담력을 친구들 사이에서 자랑하다가 한적한 대로에 나와 몇십미터 거리를 두고 각자 자동차에 올라 마주보고 달리는, 목숨을 건 게임이다.

두 명의 행위자 A와 B는 핸들을 꺾거나 계속 돌진하든지, 각각 두 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다.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이 친구들로부터 ‘겁쟁이(chicken)’이라고 놀림을 받고, 이긴 친구는 의기양양하는 게임이다. 전체로 볼 때 경우의 수는 모두 4가지인 셈이다. 둘 다 핸들을 꺾지 않고 돌진해 둘다 사망하거나, 둘 다 동시에 핸들을 꺾어 둘 다 겁쟁이이라고 놀림을 받거나,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핸들을 꺾는 경우 등이다.

2MB 정권, YTN 장악하려다 정권 자체를 내놓을 수도
 
이 치킨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선택의 여지를 스스로 없애는 것이다. 즉 핸들을 꺾을 것인지 죽음을 무릅쓰고 돌진할 것인지 상대방이 고민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런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 가령 행위자 A가 상대 B와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자동차에 오를 때 망치로 핸들을 부숴버리는 것이다. 핸들을 꺾지 못하고 계속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것을 보고도 죽을 것이 뻔한데 핸들을 꺾지 않고 돌진할 강심장은 없다는 것이다.

▲ 9월 8일 YTN노조원들이 15층 YTN 라디오 상무실에 있는 구본홍 사장을 향해 "나가라"고 외치고 있다. ⓒ송선영

  
 
2MB와 구본홍씨는 진짜 바보?

다시 YTN 사태를 보자. 6명의 해고자를 포함한 YTN 지부 지도부와 조합원들은 여기서 물러나면 갈 곳이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2MB 정권과 구본홍씨는 다르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 구씨가 스스로 물러가거나 2MB 정권이 YTN과 방송장악을 포기하면 일은 간단하다. 만약 2MB 정권이 계속 돌진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나 다름 없는, 정권 전체를 내놓는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2MB와 구본홍씨는 진짜 바보다.
 

Posted by 신학림